2013년 3월 7일 목요일

2013년 3월 6일 수요일

주택가격과 통화정책

KDI 송인호 박사는 <KDI 정책포럼>을 통해 대출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간에는 동행성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재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송인호 박사는 주택가격과 통화정책 분석에서  프론티어 분석을 통해 CB가 주택가격을 고려했을 경우가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가격 및 산출갭의 변동성이 작아짐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inflation targeting하에서의 IS-LM(MP)-AS 분석에서 도출된 결과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inflation targeting하에서 통화정책의 운영준칙으로 사용되는 Taylor rule은  총수요 충격 및 생산성  충격에 대해서는 CB가 금리를 올리는 것이 inflation 수준을 안정화시킨다는 것이고 이는 실제로 IS-MP-AS의 분석과 부합되게 나타난다. Taylor rule이 break-down되는 것은 비용상승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인데 어차피 이는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CB가 주택가격에 반응해야 하는 것은 소비가 소득의 함수가 아니라 자산의 함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래의 IS-MP-AS에서는 소비가 소득에 반응하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 소비는 자산에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이론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M. Friedman이다. 소비가 자산의 함수일 경우 가계자산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주택 가격의 변동은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소비는 감소하게 되어 IS 곡선은 left-ward shift를 하게 된다. 이때 중앙은행은 물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하락시키게 되며 이는 수정된 Taylor rule에서의 주택가격갭의 부호가 양(+)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은 financial accelerator모형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가계의 B/S에 반응해야 하는데 이는 곧 가계의 자산이 CB의 금리 운영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Bernanke는 과거에 CB가 자산가격에 반응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을까?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기변동이론에서 금융위기의 원인과 해법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의 핵심은 신용팽창에 따른 (인위적) 저금리가 초래하는 개인들 사이의 조정실패(coorination failure)가 자원의 잘못된 이동을 초래하여 기업의 과오투자(mal-investment) 및 과잉투자(over-investment)가 발생하며 경기변동은 이러한 구조가 수정되는 과정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에서는 화폐의 증가, 그 중에서도 특히 저축을 동반하지 않은 신용의 증가를 경기변동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저축을 동반하지 않은 신용의 증가는 은행의 신용창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생통화(derived money)에 해당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투자가 경기변동에 미치는 효과에 집중하며 자본형성 과정을 조명한 점에서 그 공적이 크게 인정된다. 케인지언들은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있어서 저축과 투자와의 연관성이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감소된 소비로 인해 잠재적인 투자자금의 공급(ex-ante)이 늘더라도 실제로 투자(ex-post)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진다. 소위 단기에서는 저축의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학파는 케인지언들의 저축의 역설을 부정하고 저축만이 유일한 경제성장의 근원임을 강조한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신용을 창출하는 제도를 나쁜 것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이들을 신용창출을 너무나 쉽게 만드는 중앙은행제도와 같은 현재의 화폐금융제도를 반대하고 부분지급준비제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며 대부분은 100% 지불준비제도를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들은 부분지불준비제도가 신용팽창의 원인이라고 이해하며 이에 대한 폐지를 주장하고 지금처럼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금보험제도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중앙은행제도가 신용팽창을 조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들은 발권 곡점의 중앙은행 제도를 자유은행제도나 상품화폐 체제로 변혁해야 한다고 본다. 일부는 중앙은행이 고유의 기능인 물가 안정 목표에 촛점을 맞추지 못하고 고용증대 등을 위해 신용팽창을 하게 되므로 중앙은행의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대형 금융기관의 구제를 이윤과 손실이라는 시장의 규율을 해치는 나쁜 정책으로 본다. 물론 오스트리아 학파도 불황이 가지는 경제적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구제가 적정한 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다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일을 추가적으로 만드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이러한 정책이 불황을 장기화시킨다고 본다. 이들은 불황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민간이 해야 할 일은 상당히 많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역할을 제한한다. 불황기의 정부의 개입이 결국 공공부문의 비대를 가지고 오고 이러한 것은 사후에 경제의 비효율성을 확대시킨다고 주장한다.





2013년 3월 5일 화요일

(김상택) 순환출자, 경영권 그리고 골목상권

"이화여대 김상택 교수님의 KDI 나라경제 2월호 논고임."
++++++++++++++++++++++++++++++++++++++++++++++++++++++++++++++++++++++++
대선공약으로 순환출자(順換出資)가 언급되면서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순환출자를 통해 재벌들이 자신들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도록 강제할 경우에는 경영권을 잃게 되므로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시각과 골목상권까지 침해하는 재벌들의 행태에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순환출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의 의미와 골목상권의 침해과정을 검토해 순환출자의 의미와 결과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추가 투자없이 문어발식 경영권 확장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해 자본금을 늘려 나가는 것을 순환출자라고 한다. 예컨대 재벌총수가 50억원을 투자하고 일반 공모를 통해 추가로 50억원을 조달해 A사를 설립했다고 하자. 일반 투자자는 분산돼 있으므로 경영권은 재벌총수가 갖게 된다. A사가 설립된 이후 재벌총수가 B사를 설립하도록 A사에 지시하면 A사 관계자는 같은 방법으로 B사를 설립할 수 있다. B사에 50억원을 투자하고 일반 공모로 50억원을 조달해 B사를 설립한다. 이때도 B사의 경영권은 최대주주인 A사가 갖게 되므로, A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재벌총수는 B사의 경영권도 소유한 셈이 된다.
재벌총수는 (A사를 경유해) B사로 하여금 같은 방법으로 C사를 설립하라고 지시한다. 즉, B사가 50억원을 투자하고 일반 공모로 50억원을 모집하면 C사의 자본금도 100억원이 되며 역시 재벌총수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재벌총수는 C사로 하여금 다시 A사에 50억원을 투자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이제 A사의 자본금은 150억원으로 증가하게 되지만, 경영권은 여전히 재벌총수에게 있다. 전체 자본금인 150억원의 1/3을 직접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1/3을 소유하고 있는 C사도 자신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이다. 재벌총수는 50억원만을 투자했는데 이제 순환출자를 통해 A, B, C사의 대주주가 될 뿐만 아니라 A사의 자본금도 50억원이 증액되는 추가적인 혜택까지 누리게 된다. 3개 회사에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200억원인데, 총자본금은 350억원이다. 이 차액을 가공자본이라고 부르며, 이 가공자본이 재벌총수의 경영권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순환출자가 없을 경우와 비교해 보면 총수의 A사 지분율은 50%에서 67%로 상승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A사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A사의 B사에 대한 투자금 50억원은 C사를 거쳐 A사로 순환됐으므로 돌려받은 셈이지만 B사의 경영권도 재벌총수에게 있다. 같은 이치가 C사에도 적용된다. 즉, 순환출자를 통해 재벌총수는 추가 투자없이 3개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 B사와 C사를 운영하는 가용 자본금으로는 일반투자자들의 자금만 남아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점이다. 나머지 50억원은 순환출자 됐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투자금이 실제 자본금인데 경영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경우 공시제도는 의미가 반감된다. B사의 공시를 보면 자본금 100억원인 회사인데 실제 가용 자본금은 그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B사를 설립할 때 공시를 통해 재벌계열사를 일반 공모한다고 발표한다. 공모의 내용으로 재벌이 50%를 투자하고 나머지를 일반 공모한다고 발표하면 일반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안전한 투자라고 잘못 생각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순환출자에 참여된 회사에 이익이 발생한다면, 그 이익은 다른 회사들로 분산돼 배당되는 것도 생각해 볼 점이다. 10억원의 이익이 B사에게 발생했다면 주주인 A사로 5억원의 배당이 이뤄지고 일반투자자에게 나머지 5억원이 배당된다. 즉, B사의 이익이 A사로 분산되며 이 배당은 다시 A사의 이익이 된다. 더 나아가 A사로 배당된 금액은 A사의 배당으로 통해 주주사인 C사로 다시 배당된다. 실질적으로 A사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았고 B사의 일반투자자들의 자금만으로 회사를 운영해 발생한 이익이 A사나 C사의 주주에게도 배당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재벌총수의 입장에서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법은 매력적이다. 순환출자에 더 많은 회사를 이용하면 별도의 투자없이 더 많은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즉, 순환출자에 이용되는 회사가 C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D도 설립하면 추가 투자 없이도 4개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다면 경영권을 가진 재벌총수에게는 아주 좋은 일일 것이다.

재벌의 입장에서 같은 업종의 회사를 다수 설립하기는 어려우므로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을 설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재벌이 경영권을 추가로 강화하기 위해 여러 업종으로 기업을 확장한다면, 제과점이나 수퍼마켓 같은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업종으로도 진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진출할 수 있는 업종의 숫자는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이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 계열사 무너지면 연쇄 줄도산 우려 커

한 가지 추가로 생각해볼 점은 재벌총수의 지분율. <그림>을 보면 3개 회사의 총자본 350억원 중 재벌총수의 투자금은 50억원에 불과하므로 지분율은 14% 정도이다. 기업수가 증가하면 이 지분율은 더 낮아질 것은 자명하다. 언론에서 낮은 지분율의 재벌총수가 경영권 행사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기업집단의 입장에서 보면 순환출자 방식을 이용해 발생하는 취약점도 있다. 만일 B사가 부도가 난다면 A사의 자본 중 50억원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C사는 자신의 대주주이며 경영권자인 B사가 부도나면 대주주가 사라지게 된다. C사의 경영이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 B사는 부도가 나기 전에 C사로 하여금 모기업의 부도를 막도록 할 동기가 크다. 즉,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순환출자에 연관된 다른 계열사들까지 부실해지는 부실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순환출자에 참여한 기업들의 대부분이 함께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우리나라의 재벌기업들이 선단식으로 한꺼번에 도산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JC) Debt-Maturity Debates

JC blog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요약하면 현재의 term structure를 고려하면 미 재무부 채권의 만기구조를 장기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JC의 rhetoric을 잘 보여주는 논문으로 쉬운 내용을 참 꼬아서 쓰는 것 같다.

2013년 3월 3일 일요일

명목소득타겟팅의 재부상 [나라경제, 2013.3월]

대부분의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물가안정과 같은 통화정책의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정한 명목기준 지표(nominal anchor)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명목기준 지표로는 주로 인플레이션, 환율, 통화량, 명목소득 등이 사용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스웨덴, 이스라엘,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 설정하고 정책금리 운용을 통해 자국의 물가 및 대외 화폐가치의 안정을 추구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타깃팅은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편의(inflation bias)를 줄이는 유인을 제공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상당히 성공적인 것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러한 통화정책 운용방향이 최근과 같이 심각한 공급측 충격으로 경제가 장기간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을 때 과연 유용한 정책 방향인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폴 크루그먼, 제프리 프랭클, 크리스티나 로머 등과 같이 정부자본주의(government capitalism)를 지지하는 케인즈학파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강하게 제기됐으나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차기 영란은행 총재로 유력한 마크 카니가 통화정책의 새로운 운영전략으로 명목소득 타깃팅을 채택할 것을 시사하는 가운데 통화이론의 대가인 마이클 우드퍼드 교수 역시 명목소득 타깃팅이 미래지향적 통화정책 운용방향(forward guidance)에 부합한다고 언급해 세간의 관심이 크게 확대됐다.

유동성 함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1980년대 들어 금융혁신과 금융규제의 완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통화량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측정이 어려워지면서 화폐의 유통속도마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통화량과 경제활동 간의 안정적인 관계가 붕괴되자 통화량 목표제를 주장하던 당시의 통화론자들은 유통속도로 조정된 통화량 목표제를 제안했다. 화폐수량설에 따르면 PY=MV의 관계가 성립한다. 여기서 P는 물가, Y는 실질산출 또는 실질소득, M은 통화량 그리고 V는 화폐의 유통속도를 의미한다. 이 관계식은 항등식으로 항상 성립한다. 수정 통화론자들이 설명하는 유통속도로 조정된 통화량은 여기서 MV를 의미하는데 항등식에 따르면 PY와 같다. 즉, MV를 목표로 삼는 것과 PY를 목표를 삼는 것은 동전의 양면으로 PY를 목표로 삼는 것이 바로 명목소득 타깃팅인데 당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로버트 홀이나 그레고리 맨큐와 같은 학자들이 명목소득 타깃팅의 경기안정화 효과가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93년 7월에는 당시 FRB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 통화량 목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회에서 공표한 데 이어 2000년의 수정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에 따라 통화량 목표 범위에 대한 연준의 의회 보고 의무마저 삭제돼 명목소득 타깃팅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명목소득 타깃팅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디레버리징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응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명목 기준금리를 0% 수준으로 하락시키면서 이들 국가들에서는 심각한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문제가 대두됐다. 명목 기준금리가 0%라는 것은 결국 국채에 대한 할인율이 0%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국채가 마치 화폐처럼 취급됨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아무런 수익을 제공하지 못하는 국채보다는 수익은 없지만 유동성이 높은 화폐 보유를 선호해 경제내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투자 역시 부진한 양상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유동성 함정이라고 일컫는다. 유동성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실질 구매력이 장차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민간에 심어줘 이들이 적극적으로 화폐를 처분해 소비를 늘리려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민간소비의 회복에 따라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투자·고용 역시 증가하면서 경제는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화폐의 실질구매력이 미래에 하락할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민간이 신뢰하게 할 것인가이다. 명목소득 타깃팅은 인플레이션 타깃팅보다 이러한 목적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 이를 지지하는 학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시점이 t1인 <그림 1>은 경제가 추세를 가지고 성장을 하다가 t0 시점에서 외부 충격이 발생해 추세를 이탈해 저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때 인플레이션 타깃팅 아래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안정시키는 ①과 같은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이다. 이 경우 명목소득은 종전의 추세보다는 낮은 수준을 보인다. 반면 명목소득 타깃팅 아래에서는 과거의 추세를 기억하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 ②와 같은 방향으로 통화정책이 운영되고 이때 t1과 t2시점에는 인플레이션 타깃팅보다 더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게 된다. 통화의 과도한 증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민간의 기대가 형성됨에 따라 소비지출이 확대되고, 이를 예상한 기업은 고용을 증가시켜 생산을 확대한다. 또한 실질이자율(명목이자율·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하락은 기업 및 가계의 채무부담을 경감시켜 소비 및 투자 확대를 가져와 결국 경제는 유동성 함정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 최근 명목소득 타깃팅을 지지하는 논리의 핵심이다.

명목소득 타깃팅의 한계, 물가·산출의 변동성 확대

경제를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명목소득 타깃팅의 유용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명목소득 타깃팅은 통화당국이 명목소득 추세를 감안한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PY = k(어떤 상수)로 나타낼 수 있다. 이 경우 가격(P)과 산출(Y)은 역의 관계가 성립하는데 이러한 관계는 거시경제의 총수요곡선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명목소득 타깃팅 아래에서는 통화정책이 경제의 총수요를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됨을 시사하며 이는 이자율을 통해 총수요를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인플레이션 타깃팅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부분이다.

<그림 2>를 통해 살펴보면 명목소득 타깃팅은 명목소득(PY)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격(P)-산출(Y) 평면에서 AD라고 표시한 쌍곡선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 명목소득 타깃팅 아래에서는 통화당국이 단기적으로 AD 곡선상의 임의의 점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이 생긴다. 다시 말해 단기적으로는 A라는 점도 통화정책 운영방향과 합치하고 B라는 점도 통화정책 운영방향과 합치되게 되며 단기공급곡선은 이러한 단기균형을 만족시키도록 이동된다(장기에서는 장기공급곡선, 단기공급곡선, AD가 만나는 점에서 결정되나 단기적 경기변동만을 고려하므로 이를 무시). 만약 중앙은행장의 선호에 따라 성장과 물가에 대한 통화정책 운영방향이 상이하다면 경제는 A와 B점을 오가면서 물가 및 산출의 변동성은 모두 확대돼 거시경제가 불안정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중앙은행의 반응준칙인 테일러 준칙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스탠포드대의 존 테일러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타깃팅과 명목소득 타깃팅 논쟁을 과거 1960~1970년대의 통화론자와 케인즈학파 사이에 벌어졌던 준칙과 재량(rule vs. discretion) 논쟁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통화정책이 특정한 준칙을 따르는 것이 사회후생에 더 바람직하다는 합의가 경제학계에서 이뤄졌음을 상기하면서 통화정책 운영방향에 대한 최근의 논의는 무의미함을 지적했다. 위기 상황에는 종전과는 다른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어디까지나 불황 타개를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장기적인 정책효과는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한편 통화정책 운영방향의 전환은 민간에게 오히려 혼동을 야기해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개연성도 높다. 경기 정상화가 이뤄지면 불황 극복을 위한 재량적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지게 될 터. 결국 명목소득 타깃팅은 과거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감히 추측해 본다.

인플레이션 타겟팅 여전히 유효한가? [나라경제, 2013.1월]

1980년대 말 이후 경제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거시경제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기능과 운영방식이며, 이러한 방식 중에 최근까지도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아온 것은 바로 인플레이션 타겟팅(Inflation Targeting)일 것이다. 인플레이션 타겟팅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통일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영 특성을 나열하고 이를 기준으로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인플레이션 타겟팅인지 여부를 판정한다. 예를 들어 미쉬킨(Mishkin) 교수에 따르면 일국의 통화정책 수립과 집행에서 ①인플레이션의 목표수치 공표 ②물가안정에 대한 제도적 속박 ③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포괄적인 정보변수의 활용 ④시장과의 소통을 통한 통화정책의 투명성 확보 ⑤중앙은행의 책임성과 같은 요인들을 포함하고 있으면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자율 이용한 물가관리 한계 노출

인플레이션 타겟팅은 통화정책의 시차가 길기 때문에 정책당국의 미세조정이 경기변동을 축소시키기는 어렵다는 데에는 과거 통화주의자들과 유사한 견해를 가진다. 다만 차이는 통화주의자들의 통화량은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목표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 타겟팅에서는 목표 인플레이션 자체가 통화정책의 최종목표가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견해는 통화정책에서의 정책수단(이자율)과 정책목표(인플레이션) 간에 안정적 관계가 성립돼 있다는 그동안의 많은 학문적 이해와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것이다.

경제사조의 관점에서 보면 인플레이션 타켓팅은 1980년대 이후 합리적 기대가설과 미시적 기초를 배경으로 탄생한 새고전학파(new classical economics)와 새케인즈학파(new Keynesian) 간의 이론적 통합 및 수렴에 의해 탄생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론적인 정교함과 수학적인 엄밀성에도 불구하고 경기변동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새고전학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 및 가격경직성에 기반한 새케인즈학파적 견해를 도입함으로써 새신고전학파종합(new neoclassical synthesis)으로 발전한 거시경제 모형은 장기 및 단기에 걸친 다양한 거시경제 현상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해 갔다. 여기서 경제 충격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영방식으로서 인플레이션 타겟팅은 상당한 각광을 받게 된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운영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대안 모색과 통화정책의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학계를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타겟팅 아래에서 통화정책 운영의 성공 여부는 단기 또는 중기적 물가전망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가와 정책수단인 이자율과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가 얼마나 안정적이냐에 의존한다. 최근 들어 각국이 위기 탈출을 위해 이자율을 0%에 근접시킴에 따라 유동성 함정에 빠졌고 이자율을 이용한 인플레이션 관리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잘 작동하던 통화정책 운영방식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게 됨에 따라 비전통적인 정책수단의 도입이 강구됐다. 또한 물가안정이 금융안정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자 기존 통화정책 체계에 대한 수정과 대안에 대한 요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종전 물가안정 목표에 금융안정 목표까지 추가됐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채택하고 있는 많은 경제가 낮은 인플레이션 아래에서도 실질GDP가 장기간 정체되거나 음(-)의 수준을 보임에 따라 목표 인플레이션에 의존한 인플레이션 타겟팅의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인플레이션 타겟팅은 실제 성장이 잠재성장률과 상당기간 괴리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괴리는 통화정책에 의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는 신념에 기초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이러한 신념은 약화됐으며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대체할 만한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안적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대두돼

이러한 모색과정은 두 가지 형태로 이뤄졌다. 한편에서는 기존의 거시경제 모형에 금융 중개기능이나 자산시장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대체하는 통화정책 운용체계 도입을 주장했다. 이러한 대안적 모형 중 하나가 최근 시장통화주의자들(market monetarists)이 제안하는 명목소득 타겟팅(Nominal Income Targeting)이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인플레이션 타겟팅이 물가 안정에 최상의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거시경제 전체의 균형적 안정이라는 통화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가격과 성장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명목소득을 통화정책 지표로 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2010년 9월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명목소득 타겟팅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2011년에 실제 인플레이션이 목표 인플레이션에 비해 1%p나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영란은행이 정책금리를 변경하지 않음에 따라 이러한 주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바 있다.

그러나 명목소득 타겟팅을 실제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득의 총량지표(예를 들면 GDP나 GNI)에 대한 시장 예측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예측치는 실제 시장에서 형성되지 않아 운영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시장통화주의자들은 이들 소득지표들에 대한 선물시장을 개설할 경우 시장에서 관찰되는 소득지표 예측치를 이용해 통화정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이러한 지표들에 대한 예측치가 시장에서 형성되고 거래된다고 하더라도 명목소득 타겟팅의 운용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존재한다. 이중에서도 자주 지적되는 문제점은 명목소득의 산정 및 발표주기의 적시성이 떨어지는데다 잦은 수정으로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시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명목소득 타겟팅이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상컨대 향후의 통화정책 운영체계는 거시경제 운영에 보다 더 깊숙이 개입하는 형태로 변모할 것이며 이에 따라 통화정책 당국의 전문성, 독립성, 책임성, 투명성 제고에 대한 요구는 더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